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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떨어진 정원 / 김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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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30회 작성일 17-02-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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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떨어진 정원

 

김산옥

 

  우리 둘이 하나의 공이 되면 별이 빠져나간 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나는 너를 기어오르고 너는 나를 기어오르고. 아니, 나는 너에게 깔리고 너는 나에게 깔리면 밤마다 비명이 올라오는 저 불길한 구멍을 틀어막을 수 있을 거야. 저녁마다 나는 황혼이 물든 벽에 이마를 찧지 않아도 되고 너는 맨발로 낫을 휘두르며 숲으로 뛰어가지 않아도 돼. 휘어져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저 구멍 안에는 말하는 조약돌이 숨 쉬고 있어. 서로에게 팔과 다리를 바치는 거야. 저 안은 너무 캄캄하고 좁아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아. 우리는 안고 있기만 하면 돼. 원하지 않는 파티에는 가지 않아도 돼. 서로의 가슴에 귀를 대고 부정맥을 듣다 심심하면 애써 가꾼 정원에 불이 붙는 상상, 잘 익은 해바라기 씨앗이 새에게 털리는 상상, 십구 년 된 다알리아 알뿌리를 옆집여자에게 도둑맞는 상상 같은 걸 하는 거지. 바닥없는 바닥이 진정한 바닥이야. 두 눈을 감아. 손목에서 튀는 맥박을 내 등에 얹어. 원하는 세계를 고르기 위해 번데기처럼 잠을 잘 필요 없어. 그림자를 보살피기 위해 한밤중에 일어나 불을 켤 필요 없어. 유령나비처럼 아침부터 취해 햇빛 속을 비틀거릴 필요 없어. , 손가락에서 뿌리가 나오도록 나를 꽉 껴안아. 이대로 온몸으로 전진하는 거야. 빨간 저 공을 봐. 저게 정말 하나라고 생각해?

 

 

kimsanok-140.jpg

1971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

2005년 계간 시와반시등단

시집으로 앵무새 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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