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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수길 가로등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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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09회 작성일 17-02-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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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수길 가로등

 

박동민

 

 

내가 어둡대요

밤새 손들고 벌 받는 중에도 쉴 새 없이 까부는 난데

바닥에 붙은 은색 껌종이처럼

나의 꿈도 통통 튀는 용수철이었죠

커서 뭐가 되려는지

뭐라도 되겠지, 하시던 분들

보세요!

나는 매일 런웨이를 걸어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워킹 워킹,

배운 적은 없죠

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옷걸이들이 홋홋 모자를 쓰고 걷네요

나는 통유리 앞에서 마네킹이 웃을 때까지 춤을 춰요

이렇게 흥이 많은데 내가 어둡다니 원

어젯밤에는 발톱에 페디큐어를 칠하다가 미친년처럼 웃었어요

런웨이에선 절대 웃으면 안 되거든요

요새 시즌이라 먹어도 자꾸 말라요 체질인가 봐요

모가지보다 다리가 길어서 슬픈 족속

자기 전에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사실 워킹보다 중요한 건 턴 턴,

뒤도 안 돌아보고 꿈속으로 워킹 워킹

배우지 않은 걸음으로

 

 - 2017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1981년 부산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졸업

2017년 계간시산맥》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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