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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외출/ 이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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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72회 작성일 17-02-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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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이동우

 

 

권투 선수가 매니큐어를 바른다

사각 링처럼 각진 손톱

땀내 위로 뿌려지는 꽃잎

글러브를 벗은 손가락은

발가벗은 것 같다

주먹을 쥐었다 편다

꽃잎이 샌드백에 가 붙는다

가쁜 호흡들이 달라붙은 곳

심판이 휘슬을 분다

함성이 모인다

꿀꺽, 카운트다운을 삼키는 벽

맞아도 손톱은 꿋꿋하게 자랐다

밖으로만 자라는 퍼런 멍

숨기고 싶어 주먹을 말아 쥐면

손톱이 살을 파고든다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짧아질 대로 짧아진 손톱

얻어 입은 옷처럼 껑충하다

햇빛이 죽죽 팔을 뻗는다

원투! 원투!

섀도복싱은 이제 그만

가볍게 쥔 주먹 안에서

사각 링이 구겨진다

쫙 펴자, 순식간에

만개하는 손가락들

소녀가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 2017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작 중에서

 

 

1970년 서울 출생

2015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

2017년 계간시산맥》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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