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 양전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31회 작성일 17-02-22 00:01본문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양전형
사랑은
문득문득 일어서는 침묵의 춤사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이
카페 안에서
발현악기는 그저
아련한 꿈길을 걷고
시는 이제
절름발이 되어 춤을 춘다
일상을 데리고 그대는
먼 메아리로 머물러 있지만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허공은 언제나 황량하다
창 밖 휘황한 불빛은
부나방 뜨거운 영혼 부르고
바람처럼 윤리가 달아나고
뒤이어 더 많은 도덕이 술병처럼 소리내어 깨어나지만
사랑은 좀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사랑은 안개에 덮인 숲이다
긴 가뭄 속 대지다
찬바람 이는 나목이다
늙은 소나무의 기다림이다
막막한 갈증일 뿐
분명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이
한 천년을 피어도
아무도 불러 주지 않아
이름 없는 꽃이어라 그대
때로는
분홍 원피스 자락으로 다가와
천둥소리로 우주를 흔들고
회오리로 밀려들지만
아, 사랑은
아득한 형상이어라
담쟁이의 갈망, 몸짓이어라
그렇게 그저 그렇게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1953년 제주 출생
1994년 ‘한라산문학’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
시집 『바람아 사랑밭 가자』 『하늘레기』 『길에 사는 민들레』 『나는 둘이다』
『도두봉 달꽃』 『허천바레당 푸더진다』 『게무로사 못살리카』
제5회 제주문학상, 제3회 열린 문학상, 제2회 한국자유시인상 수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