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긴 골목 / 최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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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90회 작성일 15-08-18 10:00본문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긴 골목
최호일
골목이어서 공이 튀어 나왔다
조금 전에는 어둡고 양심적인 고양이가 빠져나왔다 원래 거기 없었던 오전이 장미 덩굴처럼 따라 나와 멈춰 있기도 했지만 장난으로 알았다
토요일에는 튜브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일주일 후에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국의 탤런트처럼 생긴 개가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오기도 했는데 눈동자가 가보지 않은 아일랜드처럼 신비로웠지만
모두 밧줄에 묶여 있었다
수소 풍선과 어린 여자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노을이라 불러서 외로웠다
돼지고기를 두 근 사가지고 왔으나 비계가 너무 많아 슬피 울었다 밤에는 소녀들이 던진 수소 폭탄에 맞아 견딜 만했다
무더운 여름이어서 아무도 죽을 수 없었다
아프고 고요했으나 노란색으로 미안했다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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