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수첩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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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00회 작성일 17-02-27 11:32본문
회상수첩回想手帖
이외수
그해 겨울에는 일기를 쓰지 않았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언제나
바람이 허파 속에서
부러진 날개를 푸득거리고 있었어
생손앓이 사랑 끝에 도시는 폐쇄되고
톱질 당한 다리 절름거리며
무채색 하늘을 건너가는 가로수들
거리에는 음악소리 저물어 가고
내 목숨 마른 풀잎 하나로
허공을 떠돌았지
기다리던 함박눈은 내리지 않았어
어느새 인적이 끊어진 지하도 가판대
석간신문들은 거만한 목소리로
낭만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지
끝내 실종된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시간의 늑골을 분지르며
질주하는 전동차
도시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흔들리며
겨울의 중심부로 유배되고 있었지
아무도 침몰하는 세상을
욕하지 않았어
다만 흐린 밀감빛 등불 아래
어느 서정시인의 시집을 펼쳐들고
한 여자가 소리 죽여 울고 있었지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만약 이 세상에 진실로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1946년 경남 함양 출생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1975년 《세대》지 중편소설 신인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괴물』 『장외인간』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말더듬이의 겨울수첩』『감성사전』『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뼈』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하악하악』『청춘불패』 『아불류 시불류』『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절대강자』『사랑외전』『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자뻑의 힘』
중단편모음집 『장수하늘소』 『겨울나기』 『훈장』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
시화집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Ⅰ,Ⅱ 『외뿔』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대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 『먼지에서 우주까지』
단편집 『완전변태』 소망상자 『바보바보』 선화집 『숨결』 문장비법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위대한 한국인 대상' 수상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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