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 고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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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34회 작성일 17-03-03 08:54본문
타박타박
고증식
엄마 따라 소 팔러 가던 길
엄마는 고삐를 잡고
열 살 나는 엄마 치마폭을 잡고
삼십 리 신작로길 타박타박
우시장 가던 길
한여름 뙤약볕 아래 매미는 울고
송아지 딸린 암소 한 마리 사서
다시 타박타박 되돌아오던 길
천둥처럼 트럭이 지나가면
엄마는 코뚜레를 바투 쥐고
겁먹은 나는 송아지 허리를 안고
잿빛 흙먼지 뒤집어쓰던 길
천방지축 들고뛰던 어린 송아지
저, 저눔 송아지
저 송아지 좀 몰아오너라
논두렁 가 샘물로 목을 축인
어머니 쨍한 고함소리 들리던 길
부사리 떼 넘쳐나던 장마당
그 우시장 근처 처마 밑에서
우리 모자 머리를 맞대고 김나는
국밥 한 그릇 퍼먹던
아버지 떠나시던 그해 그길 따라
어느새
오십여 년을 타박타박 걸어온 길
1959년 강원도 횡성 출생
1994년 《한민족문학》 4집으로 시문단에 나옴
시집으로 『환한 저녁』 『단절』 『하루만 더』
시평집 『아직도 처음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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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타일님의 댓글
LA스타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린시절을 회상케 하는 글..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