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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 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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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70회 작성일 17-03-06 09:42

본문

 

박설희

 

 

시멘트블럭의 벽면이 서서히 기울었다

마지막으로 슬레트 지붕이 털썩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 나무들이 모여 산다

리어카, 함지박, 깨진 항아리, 하늘에는 별자리

누군가는 어떻게든 가업을 잇기 마련

 

살은 내리고 뼈대만 남은 리어카를

참나무가 온몸을 들이밀어 꽉 껴안았다

공중으로 불끈 들어올렸다

어린 오리나무는 가시철조망을 놓칠세라

꽉 다문 입이 철가시를 물고 붙어버렸다

 

쑥쑥 자라는 나무, 기억의 집

점점 높이 떠오르는 가계

 

공중을 들어올린다

포탄이 떨어지고

홍수가 휩쓸어 가고

불꽃이 태우고 가도, 그랬다

묵묵히 천문을 살펴가며

 

차력사처럼

 

세상의 중심은 여기

그늘에 돋아난 무성한 입들을 위해

 

 

parksulhee-140.jpg

1964년 강원도 속초 출생

성신여대 국문학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3년 계간 실천문학등단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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