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추억 /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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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5회 작성일 17-03-07 09:40본문
보르헤스 추억
정한용
보르헤스가 세상을 뜨기 전,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그의 문학에 매료된 나는 용감하게도 아르헨티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요. 당신의 소설은 마치 '시' 같다, 서사와 상상의 울림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등등, 칭찬을 하고 나서, 나의 시집 『유령들』을 당신이 근무하는 '바벨의 도서관'에 기증하고 싶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로부터 국제우편 답장이 왔고, 이것 때문에 한 열흘은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요. (아마도 앞을 못 보는 그를 대신해 비서가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답장의 내용은 단 석 줄이었습니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죠. "당신 시집 기증에 감사한다./ 우리 도서관에 백 년 동안만 보관하겠다./ 그다음에는 다시 찾아가기 바란다."
- 『거짓말의 탄생』(문학동네, 2015) 중에서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 문학박사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 시작
시집으로 『얼굴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
영문시집 『How to make a mink coat』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등
2012년 천상병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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