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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벗는다는 말에 대하여 / 서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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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2회 작성일 17-03-08 09:33

본문

을 벗는다는 말에 대하여

 

서영식

 

 

시멘트 길 위 선명한 발자국 앞에서

걸음의 주인을 생각한다

 

그에게도 뒤편

눈밭을 걸었던 날이 있었을까

길의 뒤편과 길의 뒤편이 이어진

검고 먼 그늘 산맥 길을 따라

만년설에 발을 묻으며 그도

시커먼 눈 덮힌 봉우리를 지나

걸음 걸음이 얼음 얼음이 되는

발자국을 묻어두고 떠난 적이 있었을까

 

그에게도 산다는 것은 뒤편

녹지 않은 눈길을 걷는 일이어서

시린 길에 맨발의 걸음을 세워두고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참아라

걸음 걸음마다 걸음 걸음을 속이고

걸음을 버리며 발 벗고 맨발로

도망친 날들이 있었을까

 

그늘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별을 향하여

녹지 않는 뒤편 어두운 눈발을 떠날 때

슬픔은 늘 그늘의 몫이었고

그늘과 함께 얼어붙은 눈의 몫이었고

그늘과 눈과 함께 뒤엉킨 뒤편의 몫이었다고

점점 멀어지는 눈무덤 속 발자국들에게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을까

 

발 벗은 걸음은

모든 발 벗은 걸음을 닮아서

봉분 잃은 유골처럼 드러난

혈육 같은 발자국에 가만히

발을 맞추어 본다

 

서러웠구나

저수지처럼 그렁그렁

깊은 눈물 고인 발자국이

질끈, 눈을 감는다

 

 -월간 시인동네2017. 3월호에서

 

 

sys.jpg

1973년 부산 출생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간절한 문장에세이집 툭하면,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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