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내에 두고 온 나 / 김해자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진내에 두고 온 나 / 김해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0회 작성일 17-03-10 10:15

본문

어진내에 두고 온  

 

    김해자

 

 

  지금도 청천동 콘크리트 건물 밖에는 플러그 뽑힌 채 장대비에 젖고 있는 도요타 미파 브라더 싱가 미싱들이

 서 있죠 나오다 안 나오다 끝내 끊긴 황달 든 월급봉투들 무짠지와 미역냉국으로 빈 배 채우고 있어요 얼어붙은

시래기 걸려 있는 담 끼고 굽이도는 골목 끝, 아득하고 고운 옛날 어진내라 불리던 인천, 갈산동 그 쪽방에는

연탄보다 번개탄을 더 많이 사는 소녀가 살고 있네요 야근 마치고 돌아오면 늘 먼저 잠들어 있는 연탄불 활활

타오르기 전 곯아떨어지는 등 굽은 한뎃잠

 

  배추밭에 배추나비 한가로이 노닐던 가정동 슬라브집 문간방에는 사흘 걸러 쥐어터지던 붉은 해당화가 울고

있어요 지금도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 듣지 않으려 귀 막고 이불 속에 숨어 있다 저도 몰래 뛰쳐나가 패대기쳐진

여인과 아이와 한 덩어리 된 어린 여자 눈물방울이 아직도 흙바닥에 뒹굴고 있을까

 

  교도소가 마주 보이던 학익동 모퉁이 키 낮은 집 흙벽 아궁이가 있던 옛 부엌엔 전단지 속 휘갈긴 어린 해고자

메모 배가 고파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애호박 몇 조각 둥둥 떠다니는 밀가루 죽이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효성동 송현동 송림동 바람 몰아치던 주안 언덕배기 그 작고 낮은 닭장집 창문마다 한밤중이면 하나둘 새어

나오는 쓸쓸하고 낮고 따스한 불빛

 

  이상하기도 하죠 스무 해 전에 도망쳐 왔는데

  아직도 내가 거기에 있다니

  내가 떠나온 그곳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니요

  푸른 작업복에 떨어지는 핏방울

  아직도 머리채 잡혀 끌려가고 있다니

  앞으로 달려온 줄만 알았는데

  제자리에 선 뜀박질이었다니요

 

 

 

kim-hae-ja_700_518.jpg

1961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8내일을 여는 작가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 제10회 백석문학상 수상

13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85건 19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7 0 01-22
22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6 0 09-27
22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4 0 05-10
22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2 0 06-01
22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1 0 09-29
22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9 0 06-02
22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9 0 08-16
22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9 0 10-28
22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9 0 03-28
22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7 0 04-07
22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6 0 11-03
22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5 0 12-30
22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5 0 03-16
22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5 0 04-17
22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4 0 01-09
22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4 0 04-10
22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2 0 08-23
22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1 0 04-20
22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0 0 05-11
22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7-05
22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3-22
22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9-06
22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8 0 11-16
22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8 0 04-27
22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0 07-20
22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0 07-29
22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0 12-06
22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1 01-18
22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5 0 03-21
22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5 1 06-28
22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4 0 05-19
22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2 0 11-18
22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2 0 07-10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1 0 03-10
22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9 0 06-20
22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7 0 10-13
22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7 0 05-12
22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6 0 02-02
22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4 0 01-11
22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4 0 03-15
22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3 0 07-11
22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3 0 03-13
22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2 0 04-11
22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8 0 10-17
22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8 0 11-28
22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7 0 08-29
22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7 0 02-12
22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6 0 12-08
22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5 0 02-09
22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4 0 06-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