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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회랑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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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76회 작성일 17-03-14 09:39

본문

나선 회랑

 

김신영

 

 

허공에 이르러 산처럼 깊어지고 있을 때

길을 잃어 미궁의 궁전에 도착하고 있을 때

집이 없는 곳에서 집을 만날 때

나선을 따라가는 허공에 지도를 그릴 때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길이 등을 보일 때

너무 많이 돌아서 현기증을 느낄 때

층층이 계단을 올라 바벨에 이를 때

나를 밟고 지나가는 그림자가 무수할 때

구름에 가려진 마지막 탑신이 보인다

오체투지에 x자로 매달려 있는

깊은 염원이 가슴 속에서 나와

회랑 끝에 제일 먼저 도착하고

득달같은 시간을 핥으며

말을 잃은 채 도착한 곳

저 위에 종을 울리기만 한다면

염원 하나쯤 이루어진다고 바람이 말했다

하얀 나무들 한 무리가 앞질러가고

푸른 나무들도 질세라 앞서가고

회색 나무들까지 회랑 끝에 올라왔다

달빛 호수에 두고 온

하얀 빛을 찾게 해달라고

간절히 종을 울리는 날

 

 

- 2015 여름, 기독교시문학

 

 

 

김신영 시인.jpg

충북 충주 출생

1994동서문학등단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불혹의 묵시록

평론집 현대시, 그 오래된 미래

대학교재 공저 대학국어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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