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구름 / 박서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좋은 구름 / 박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45회 작성일 15-08-20 11:22

본문

좋은 구름

 

 박서영

 

 

   좋은 구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떠난다고 했다. 빈 들에 나가 여자를 불렀다. 사랑스러운 여자는 화장하고 옷 차려입느라 늦게 나갔다. 사진작가는 버럭버럭 화를 냈다. 좋은 구름이 떠나버려서, 좋은 구름이 빈 들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여자는 오래 빈 들에 서서 보았다. 사자와 치타. 새와 꽃. 눈물과 얼룩. 구름 속에서 자꾸 구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남자는 화가 나서 떠나갔다. 한 프레임 속에 좋은 구름과 빈 들과 여자를 넣지 못해서.

 

   좋은 노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뛰쳐나간다고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또 노을이 떠나버릴까 봐 화장도 하지 않고 서둘렀다.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 노을 앞에 서자 사진작가는 또다시 화를 내며 떠나갔다. 좋은 노을이 떠나버려서, 좋은 노을이 강물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땀에 흠뻑 젖은 여자는 다리 위에 서서 보았다. 사과밭 위로 기러기가 날아갔다.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붉은 구름이 흩어지고 기러기가 울었다. 노을 속에서 자꾸 노을 아닌 것들이 쏟아졌다. 이별의 순간에도 저런 멋진 장면이 연출되다니. 집에서는 혼자 두고 온 아이가 울고 있을 텐데.

 

   여자는 바뀐 장면들을 떠올렸다. 언제나 뛰어오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구름과 노을 사이의 핏자국. 후드득 새의 깃털들. 여자는 총성이 자욱한 빈 들판에 서 있었다. 여기저기 기러기들이 떨어지는 소리 들렸다. 빛이 쉬지 않고 풍경을 찍어댔다. 하늘의 뱃가죽에서 구름이 퍽퍽 떨어졌다. 구름과 노을과 여자의 심장이 한 프레임 속에 찍혔다. 천국의 아편 같은 구름이 빈 들에 내려왔다. 남자가 떠나자 비로소 좋은 구름이 여자의 혀 밑을 파고들었다. 키스는 얼굴의 불안을 심장으로 옮긴다. 이렇게 멋진 배신의 순간,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생각나다니!

 

 

 

68년 경남 고성 출생
95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좋은 구름』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0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8 2 01-23
30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2 02-07
30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2 03-11
30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2 03-27
30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2 04-02
30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2 04-02
30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2 04-05
30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2 04-05
30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2 04-05
30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2 04-22
30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2 04-30
30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2 05-02
30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2 05-02
30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9 1 07-09
30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52 1 07-07
30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5 1 07-10
30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8 1 07-10
30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6 1 07-13
30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8 1 07-14
30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7 1 07-14
30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8 1 07-15
30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1 1 07-16
30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0 1 07-20
30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5 1 07-20
30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9 1 07-21
30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4 1 07-28
30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1 1 07-29
30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2 1 07-30
30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3 1 07-30
29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6 1 07-31
29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0 1 08-03
29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8 1 08-03
29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3 1 08-04
29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2 1 08-05
29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4 1 08-05
29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7 1 08-06
29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1 1 08-06
29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0 1 08-07
29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9 1 08-10
29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2 1 08-10
29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0 1 08-11
29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9 1 08-11
29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1 1 08-12
29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5 1 08-12
29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0 1 08-17
29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5 1 08-18
29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0 1 08-18
29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6 1 08-19
29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6 1 08-19
29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1 1 08-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