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 4 / 정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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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07회 작성일 17-03-21 11:24본문
어느 저녁 · 4
정철웅
내가 걸어 나온 추억들은 모두
오늘보다는 멀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그늘 푸른 우물로 고여 있다
산다는 건 스스로 우물이 되어
깊고 서늘하게 출렁이는 것
제 몸을 흔드는 하늘빛 당겨
자신의 푸름을 맑혀내는 것
견디며 살아내는 일들이
때때로 고달픈 생각에 야위어
머리칼 손끝마다 푸석이는 날
발끝을 딛고 서서 추억을 긷는다
머리칼을 적시면, 우물 속으로 첨벙
생각이 빠지고 온 몸이 푸르게 젖는다
이윽고 우물 속을 암벽하는 벌레가 된다
어디선가 어둠이 불어와 불빛에 젖는다
떠나지 않은 채 어김없이 그리운 것들,
잊히지 않는 머리칼은 축축하다
남루하던 일상의 어깨 위에
우물 속에 올을 씻어낸 달빛이 쌓인다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영문과, 조선대학교대학원 영문과졸업(문학박사)
200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홀로 혼자가 아닙니다』 『내가 나부끼면 너는 흔들리니』
『따스한 서랍』 『떠나지 않는 봄』 등
2006년 수주문학상 수상
2009년 광주광역시 문예진흥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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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뚜레님의 댓글
뚜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철웅 님의 시집 '따스한 서랍'은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해줍니다
어느저녁 ᆢ연작시도
잔잔한 여운이 남게하는 시입니다ᆢ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