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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 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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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3회 작성일 17-03-31 08:30

본문

신기루

 

문 정

 

  당신이 건너간 서해에서 봄밤이 왔습니다 나의 밤은 강둑마다 수많은 벚꽃들을 피워대고 벚꽃은 소리 없는 강물을 흐르게 하고 강물은 바닥 모르는 바다를 출렁입니다

 

  아침이 올 때까지 이곳 창가에 앉아 출렁이고도 나는 당신에게 보내드릴 것이 없어 모래먼지를 날리며 걸어가는 하얀 낙타들을 강둑에 그려 넣습니다 강둑을 걸어가서 서해도 건너고 고비사막도 건너 서역으로 가는 대상의 무리들도 그려 넣습니다

 

  저 볼록한 등짐에 무엇을 보내오느냐고 당신이 물어 와도 햇빛에 바닥난 내 머리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먼 길, 그 도중에 낙타와 대상의 무리가 무거운 등짐을 지고 밤으로 건너가는 현수교를 만났을 때,

 

  붉은 노을이 왔습니다. 눈치 무딘 당신도 그게 다 내가 밤새 당신 쪽에 대고 그려온 풍경들을 겹쳐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아셨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입니다

 

 


문정시인.jpg

 

본명 문정희(文錠熙)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 2013년 영면

1984년 전북대 국문과 졸업

2008<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

2012년 제1'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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