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미각 / 박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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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3회 작성일 17-04-05 11:42본문
절반의 미각
박기동
애초부터 쌍쌍바는 갈라질 마음이 없다
누군가 더 큰 쪽을 차지할 것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는 이 무책임한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갈림길에 서있다
늘 선택의 기로에 선 나는
기울어진 공정성으로 인해 번번이 배신감에 빠진다
거듭되는 배신감은 돌이킬 수 없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불신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안타까운 대리점에 물었으나 두 개를 사는 게 어떠냐고 한다
친구는 문제가 어렵다며 너 다 먹어, 라고 했다
엄마는 내 꺼 먹으라 했고 동생은 사주고 싶다고 했다
혼자 꿀꺽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는데
다시 만난 친구는 이제 그만 갈라지자고
봉지도 뜯기 전에 딱 잘라 말했다
아무래도 쌍쌍바와 갈라서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갈 곳이 없던, 돌아서야 했던,
반은 환불이 안된다고 했다
- 『시와미학』 2015년 가을호
2007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
제8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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