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모텔 / 채상우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백년모텔 / 채상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88회 작성일 17-05-04 10:17

본문

년모텔

 

채상우

 

 

  열두 해 전에 헤어졌던 여자가 병이 들어 찾아왔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긴 날이고 내일은 동쪽으로 흐르는 강을 찾아 머리를 감는 날이다 나는 아직 모른다 낙숫물 소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워킹팜은 일 년에 십 센티미터씩 움직인다 그리고는 일 년 전의 뿌리를 미련 없이 잘라낸다 나는 아직 모른다 동태내장탕을 먹다 보면 삼양동 골목길이 떠오른다 내가 쓴 문장들은 서로를 조금씩 속이려 한다 한번 시작된 생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조금 덜 미쳤던 거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성교를 끝낸 뒤 슬픔을 느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방금 전까진 개였는데 비로소 개가 된 느낌의 느낌이랄까 개로 오십 생을 살고 나면 인간이 된다 나는 아직 모른다 평생을 조롱받으며 사는 덴 딱 하루면 충분했다 오늘을 과연 무슨 요일이라고 말해야 하나 마야인들이 남긴 일력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죽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나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다행이다 나만 나를 증오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모른다 모나크나비는 독풀 위에 알을 낳는다 내게 남은 건 머리카락 몇 올이 전부다 손가락이 자꾸 파래진다 벽지 속의 물고기가 화석이 되어 간다 나는 아직 알아서는 안 된다 오늘도 사랑할 사람이 생기려 한다 아직 세지 못한 은전들이 낭려하다 나는 선택했다 내 세월 속에 남기로 나는 모른다 작약을 심었던 마당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 쓰고 버린 이름들을 태운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또 백 년이 시작되는 중이다 나는 결코 모른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웠을 여자 다 기억나려 한다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chaeeun-180.jpg

2003년 계간 시작등단

시집으로 멜랑 콜리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4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0 0 06-09
8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2 0 06-07
8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4 0 06-07
8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06-05
8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4 0 06-05
8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1 0 06-02
8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1 0 06-02
8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06-01
8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8 0 06-01
8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1 0 05-31
8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6 0 05-31
8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5 0 05-30
8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6 0 05-30
8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6 0 05-29
8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0 0 05-29
8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5 0 05-26
8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3 0 05-26
8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3 0 05-25
8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6 0 05-25
8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7 0 05-24
8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1 0 05-24
8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1 0 05-23
8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0 0 05-23
8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3 0 05-22
8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4 0 05-19
8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2 0 05-19
8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4 0 05-18
8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3 0 05-18
8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9 0 05-17
8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0 0 05-17
8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3 0 05-16
8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4 0 05-16
8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8 0 05-15
8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1 0 05-15
8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7 0 05-12
8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0 0 05-12
8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5-11
8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3 0 05-11
8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9 0 05-10
8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4 0 05-10
8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5 0 05-08
8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0 0 05-08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9 0 05-04
8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5 0 05-04
8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0 0 05-02
8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7 0 05-02
8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3 0 04-28
8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6 0 04-28
8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6 0 04-27
8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7 0 04-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