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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놀고 있어요 / 이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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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30회 작성일 15-08-26 08:48

본문

직도 놀고 있어요

 

  이화은

 

 

가난한 우리에겐 장난감이 없었어요

나는 나를 갖고 놀아야 했고

우리는 우리를 갖고 놀아야 했어요

서로의 팔목에 꽃시계를 그려주기도 하고,

손으로 하는 놀이가 재미없어지면

성기를 갖고 놀기도 했지요

성기 속에 성기를 숨기는,

숨바꼭질은 숨어서 할 때가 더 재미있었어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우리를 갖고 놀기 시작했죠

우리들의 놀이는

변두리 산부인과 더러운 침대 위에서 무참히 살해당하고 말았거던요

골목이 많은 동네에서

낮보다 밤이 긴 계절을 건너오며

어둠이 우리를 갖고 놀았어요

검은 거래가 늘 그렇듯이 지루해진 어둠은

마약처럼 손등이 하얀 비밀에게 우리를 싼값에 팔아넘겼죠

 

기교가 뛰어난 비밀의 섬세한 손가락은

아슬아슬 쾌감과 위험의 수위를 조절하며

지워진 팔목의 시계를 다시 그려 주었어요

꽃시계였어요

시침도 분침도 없는 죽은 꽃 한 송이만 덩그러니

 

죽은 꽃시계는 오직 과거로 가는 길만 알고 있었죠

죽은 꽃의 꽃말 같은 끈질긴 죄책감은

우리를 너무 오래 갖고 놀았어요

뻔한 스토리가 지겹다고

손목의 시계에 면도칼을 들이대는 우리도 있었으나

시간의 질긴 정맥은 잘라지지 않았죠

 

이제 그만 놀고 싶은데, 집에 가고 싶은데,

인생은 장난이 아니라네요

오 이 진부한 관념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부터 잘라야 하나요

 

 

 

 

경북 경산 출생.
1991년 《월간 문학》으로 등단.
2003년 현재 육군사관학교 국문과 교수
시집으로 《이 시대의 이별법》 《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
《절정을 복사하다》《미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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