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 속 그림자 / 유현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2회 작성일 17-05-16 09:16본문
내 가방 속 그림자
유현아
내 그림자가 하나일 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리는 게 좋아 처음부터 그림자가 많았던 건 아
니야 너희들이 그림자를 잊고 지내는 동안 너희들의 그림자를 주웠을 뿐이야
밤이면 가방 속 그림자들은 기지개를 켜며 하나씩 튀어나오지 그리고 어느 틈엔가 창문
이나 틈새에 딱 붙어 있어 그들의 일상은 붙어 있는 거야 유리창은 그림자들의 훌륭한 장막
이 되기도 해 가끔은 유리창 너머로 슬며시 사라지기도 하지만 걱정 없어 내 가방 속에는
아직도 그림자들이 우글우글하니까
우울할 때면 난 가방 속에 숨겨놓았던 그림자들 중 하나를 골라 공연을 하지 그림자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니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초대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너의 그림자
라고 착각하지는 마 내 가방 속에 들어온 이상 너의 것은 없으니까
내 가방은 그림자들로 꽉 차 있어 어느 때건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주지 변신의 능력이
무궁무진한 그림자들이야 울고 싶을 땐 웃음의 방식으로 그림자를 펼치지 슬픔의 모양은 어
울리지 않아
잠깐, 가끔씩 뒤를 돌아봐 혹시 아니 내가 너의 그림자를 줍고 있을지
2006년 제1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 등
제4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받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