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 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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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30회 작성일 17-05-23 09:05본문
예니세이 강가에 서 있었네
박소원
굳게 믿고 가던 길이 뜻밖에 뚝 끊겼을 때
오도 가도 못하고
오래도록 하늘만 바라볼 때
사실처럼 귀 옆에 귀가 하나씩 더 생겨났다네
육 손처럼 돋아난 귀와 나의 두 귀를 열어 두고
문득 나는 또 걷는 법을 바꾸는 것이네
누군가의 태명台命같은 예니세이
예니세이 강가에서 느닷없이 나는 흐린 물이 되었네
옆걸음으로 -- 난류로 변하는 그 곳까지
물의 희망을 품는 나는 슬픔일까,
시간의 소용돌이도 잔잔해지고
가슴 아픈 일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곳까지, 강물이 마를때까지 가만가만 흘러가
저장기 어느 물목에선가
나는 또 걷는 법을 바꿀 것이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외지外地의 자정무렵
나의 믿음은 물의 힘으로
더 먼 곳으로 더 어두운 곳으로 흘러갔다네
몇 만 년, 오늘現在이 지나가면 나는 알게 될 것이네
나의 길들은 왜 무정無情하게 끊기고 끊겨야하는지
그때마다 나는 왜 걷는 법을 먼저 바꾸는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네
2004년 『문학.선』으로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및 경희사이버대 졸업, 단국대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 『슬픔만큼 따뜻한 기억이 있을까』『취호공원에서 쓴 엽서』
한중시집으로 『수식곡성:울음을 손질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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