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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의 방 / 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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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2회 작성일 17-05-30 08:35

본문

팔각의

 

장선희

 

 

 코끼리 행진이다

 대리석 같은 천 개의 상아, 타지마할의 하얀 왕관을 지킨 보랏빛,

 네 개의 첨탑을 닮은 코끼리 긴 속눈썹

 

 밀림은 울음을 감춘 성  

 푸른 잎의 성곽 아래 세기의 서사가 묻혔어도  

 안개에 젖은 몸 터는 하얀 여인

 숲을 지나서만 갈 수 있는 팔각의 방

 팔 년 유폐 왕의 눈물론 닿을 수 없다

 

 돌계단에 새겨진 그림자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의 형상 

 모스크의 기도는 무릎 꿇는 자의 편 

 지혜의 꽃잎에 맡겨둔 향유

 슬픈 문명을 잉태한

 숲과 물의 낙원사상

 

 베라 두르듯 둘러도 

 생로병사는 신의 영역,

 마음의 수로 따라 회랑 건너가는 조각배  

 부르카에 가려진 타지마할

 아라베스크, 접시꽃 피어난다

 아라베스크, 무화과 초록 열매 매달린다  

 

 하늘의 달이 빠진 연못, 누구는 거기서 예언을 듣고, 발설하면 사랑을 잃는 암흑의 약속, 그러나 몸은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성지, 키 큰 산사목 울타리 안이 울타리 밖을 그리워한다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간 아침, 피비린내를 감춰도 사막의 별은 전설의 호롱에 불꽃을 선물한다 데칸고원에 먼저 도착해 있는 죽음, 아무리 먼 원정도 그걸 막을 순 없어 밤에 우는 새, 누군들 그게 왕의 말이 된다 여겼으랴

 

 죽은 말고기로 연명한 전장의 밤은 사막이었을 뿐,

 멈추지 않는 쥐와 벌레의 행군 

 광활한 영토도 여자의 가슴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궁정의 향로 아래 무릎 꿇어 입맞춤 하는 왕의 노구 

 

 야무나 강에 뿌리내린 현숙한 여인의 손

 2만의 노예들 합창으로 불러도 오지 않는 단 걸

 초화문 넝쿨 문양, 어언 400년을 자랐어도

 아라베스크, 아라베스크 여전히 꿈꾸는 아라베스크  

 

 아그라엔 둥근 무덤

 죽음의 왕에게 바친 화관, 하룻밤 새 백발이 된 왕

 타지마할은 묘지일 뿐,

 

 팔각으로 재단된, 겨우 몸 하나 얻은 슬픔이 전부

 무슬림 굽은 칼끝 별빛 망루를 세울 때

 청화의 푸른빛 곡주 잔에 담아 마시라 했던가

 

 피에트라두라 피에트라두라

 

 타클라마칸 건넌 고단한 모래바람  

 네 개의 미나르에 앉아

 먼저 도착한 죽음을 호위할 뿐,

 

  

*돌로 만든 장식 모자이크

 

 


장선희 시인.jpg

1964년 경남 마산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2년 웹진 시인광장신인상에 당선

5회 월명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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