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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체온 / 전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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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31회 작성일 17-06-09 09:13

본문

 

전비담

 

겨우내 엠뷸런스가 울어서  병원에는 

 떨어질 이름들만 피었다

영안실로 가는 침대의 난간을 움켜쥐고 

절뚝이며 따라가는 얼굴처럼 

하얗게 질려서 

  

기어코 봄날 초입에

한주먹 틀어막은 울음이

떨어진다

이제는  혼자 복도를 걸어나갈  없는 것들이

군데군데 멍이 들거나 구멍이 뚫린 채로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줌의 시든 수의로 기록되는,

 

목련하고 부르면

한웅큼의 하얀 종말이 뛰어내릴 

찬란하게 하얀 것들에서는

포르말린의 체온이 풍긴다

 

하고 입술 오므리면

죽음

하고 휘어진 복도를 

힘없이 돌아 나오는 메아리

  

건물 뒤편에서

시신을 말리는 냉각팬이 

  없이 돌아간다

누가 저걸 

죽은 꽃들의 누적된

향이 앓는 소리라 했나

  

목련 피는 소리 갸르릉거리는 밤에는 

죽은  친구가   가득  

덜 삭은 생을 물고 양치하는 소리 들리지 

 

하얀 꽃색 버려두고 

꽃향이 자꾸  뒤를 밟는 

일찍 떠나 비릿해진

꽃의 체온 때문,

 

- 제8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작

 

 

 


전비담.jpg

 

제8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2013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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