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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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20회 작성일 17-06-19 11:05본문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한성례
가랑이 사이로는 위를 올려다보지 말자
먹빛 하늘에서 와르르 별이 쏟아지고
온 속력을 다해 자전을 시작한다
광기의 공전을 시작한다
엎어진 초승달을 따라
거꾸로 매달린 별들이 오돌오돌 몸을 떨고
인간 모습을 한 늑대들이
늑대다, 늑대다 외치는 소리에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떠는 천공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을 더는 올려다보지 말자
별들이 은하수 바닥에 가라앉아
말똥말똥 아래를 굽어본다
이름 모를 초롱초롱한 눈빛
새로 들어앉은 별들의 손발이 차다
바닷물이 먹물이라면 너희에게 영원히 편지를 쓰리
절벽의 높이를 모른 채 물결은 출렁인다
젖은 별들이 남십자성에 모여
얼음장 같은 몸을 녹이고 있다
석탄자루 암흑성운은 부디 밟지 말고
보석상자 아름다운 산개성단을 딛고 서렴
초승달이 차올랐다가 다시 초승달로 돌아오면
하늘과 바다가 뒤엉킨 악몽을 다시는 꾸지 말기를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 원문은 ‘Von Herzen―Möge es wieder zu Herzen gehen!’.
베토벤이 작곡한 ‘장엄미사’ 제1장 첫머리에 그가 직접 적어 놓은 메모
1955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학 석사 졸업
1986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한국어 시집 『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등
번역서 『숨쉬는 오른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세상의 균열과 혼의 공백』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은하철도의 밤』 『나를 조율한다』 등 다수
1994년 허난설헌 문학상, 2009년 일본 《시토소조》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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