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과 우산과 k의 기록 / 하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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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10회 작성일 17-06-19 11:06본문
파전과 우산과 k의 기록
하여진
1.
사냥이나 전쟁처럼 피비린내 나는 놀이다
실체의 빛을 주기 위한 무익한 놀이다
오늘, 뜨겁고도 우울한 놀이가 끝났다
우리는 모여 소박한 주문을 한다
아저씨 파전 하나요
이때 말의 부정적 축복이 끼어든다 메말라진 정신을 표현하듯
촉촉한 방언으로 “막걸리도요” 추가 주문한다
뜨거운 번철 위에서 죽은 영혼의 심장들이 스스스 살아나는 저녁 아홉 시,
이쯤에서 한 번 뒤집어야지
우후! 눈물도 익어야 새들처럼 날아오른다
테두리가 자글거리도록 시간을 가져야 했어
둥근 파전 속에 예각과 둔각의 적의를 곤두세웠다
빗줄기는 더 빳빳해져가고
길 건너 헤어샵에 수건을 둘러쓴 손님들이 앉아 중화제를 기다리고 있다
2.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려야 할 시간의 관을 쓰고
어깨 위로 떨어진 빗방울을 쓸어준다
네 눈빛이 물에 가라앉은 돌멩이처럼 잔잔하다
3.
너와 헤어지고
비를 다르게 부른다
재치 있는 별명, 은밀한 살의, 멍, 얼룩무늬 방패, 훈제한 청어.
기껏해서, 사랑
원본은 사라졌다.
1960년 광주 출생
2009년 《시인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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