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目口鼻 하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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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太蠶 김관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41회 작성일 21-02-04 09:30본문
이목구비 하나를 꿈꾸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은 표정에 그대로 나타난다
작은 우주 얼굴나라의 이목구비[耳目口鼻]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 없이
어느 하나 소중치 않은 것 없이
때론 일그러지며 서로 쥐어뜯다가
때론 해맑아지며 서로 보듬었다가
어울려 삶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자유로이 꼭 감을 수 있는 눈과
꾹 다물 수 있는 입을 하나로 묶어본다면
닫을 수 없는 귀와 코를 함께 묶을 수 있겠다
속삭이는 무언가 듣고서야 말할 수 있다면
귀와 입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겠다
아름다운 무엇을 보고나서 웃을 수 있다면
눈과 입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겠다
맛깔난 냄새에 허기진 입이 군침을 흘렸다면
코와 입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겠다
비보(悲報)에는 귀와 눈이 함께 울고
낭보(朗報)에는 귀와 입이 함께 웃으며
어이없을 땐 눈과 입이 샐쭉해지고
공감할 땐 눈과 입이 환하게 열려진다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수 있다면
귀 하나만으로 얼굴나라 지배할 수 있을까
못 볼 걸 보고도 가벼이 넘겨버릴 수 있다면
눈 하나로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목구비(耳目口鼻) 편 가르기에 서글픈 얼굴나라
안경을 건 눈과 귀가 하나로 묶일 수 있다면
마스크 쓴 코와 입과 귀는 하나로 묶을 수 있겠지만
가면을 쓰고서야 이목구비 한데 어울릴 수 있는가
닫을 수 없어 혼탁한 소음을 들어야하는 귀
답답하도록 틀어막고 살 순 없겠지
닫을 수 없어 퀴퀴한 냄새를 맡아야하는 코
들숨과 날숨 참고 살 순 없겠지
깊은 어둠에 상관없이 쉴 수 있는 눈과 입
깊은 고요에 잠시 가둘 수 있는 귀와 다르게
깊은 잠 속에서도 살아 숨 쉬어야하는 코가 있기에
잠시 얼굴나라는 녹색 평화를 꿈꾼다
소음 뒤로하고 높고 푸른 산 정상에 올라
눈에서 콧등으로 전해지는 짙어진 꽃바람향기
이내 입에서 귓가로 되돌아온 메아리에 가슴 뛰노는
이목구비 하나 된 웃음 그리워지는 날이다
일상 뒤로하고 강바람 부는 너른 들에 나아가
파안대소에 손뼉쳐가며 살갑게 오붓한 시간
오래 서로를 끌어안고 뜨겁게 격려하며 눈웃음치는
얼굴나라 하나 된 온기 그리워지는 날이다
댓글목록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淸草배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과
입이 환하게 열렸다 갑니다.
삶의
역사가 그려진 곳이라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