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양반 / 박얼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바깥양반 / 박얼서
울타리 밖은 언제나 거친 야생이었지만
냉혹한 현실의 전쟁터였지만
세상의 가장들은 늘 바깥양반이었다
일곱 식구를 거느린 강철이 아빠는
뛰지 못하고 걷질 못해도
감싸 맨 고무 다리를 질질 끌며
길바닥을 누비며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
지적 장애를 안고 세 식구를 먹여 살린 누님도
시장 바닥을 누비던 가장이었다
그건 분명
조물주의 실수였음에도
태생적 고통마저도 말없이 감내해야 했던
가장이라는 직책
이는 무한 책임의 자리였다
낯선 사막에서도, 혹한의 상황에서도
가족들 앞에서 만큼은
두려움을 꽁꽁 숨겨야 했던 저들
급류에 맞서 위험한 계곡을 건너던 날도
위급 위태하던 그 순간에도
늘 가족이 우선이어야만 했던 저들
가장이라는 책임은
천하무적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징적 왕관의 이면에는
제왕이기에
홀로 견뎌야 했던
야생의 외로움이 절규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애초부터
선택하거나 선택받은 적 없어도
가족이란 이미 억겁의 연분들이었다
가없는 사랑이었던 셈이다
"삶이여! 가족이여!
야생이여! 울타리여!"
하늘을 향하여
뼈아픈 설움을 토해내던 누님도
욕쟁이 강철아빠도
가족을 사랑한 죄로 집밖으로 내몰린 바깥양반들이었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가장이란 이름으로
가족의 부양 책임을 마다하지 않고
힘든 발걸음 하신 바깥양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고운 4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