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서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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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나무가 서 있고
나무 위로 내 그림자가 비추이니
내 등에는 나뭇잎이 여름처럼 무성히 자라고
자라나는 가지들이 내 아래 생애를 뭉텅뭉텅 잘라내어
나는 더 높이 자라고 그림자를 자주 뛰어넘어서
온 하늘이 푸르다고 할 수밖에
하늘이 내 그림자라고 할 수밖에
내 앞에 먼저 온 나무가 저리들 서 있으니
내가 자꾸만 더 자라서 나무숲일 수밖에
누가 나를 숲 사이 그림자라고 부르니
숲길과 더 먼 숲의 길에서
누가 나를 연신 나무라고 자꾸만 부르니
툭 하고 가지마다 새소리를 낼 수밖에
새소리에 따라가서 저만큼 높이의 새가 될 수밖에
새가 앉은 가지 그 그림자마다 내가 앉아서 빛날 수밖에
저 먼 숲길에서 나무가 지저귀니
거기 남아 키 높은 나무로 다시 설 수밖에
저 높은 가지에 입을 뾰족이 내밀어
새소리로 흔들릴 수밖에
나무가 거기 서 있으니
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뇌수와 척수, 피처럼 살 속에서 펄떡이던 것들이
한데 섞이면 저런 빛깔이 되나
몸을 흡수한 마음의 테두리는 저렇게 구토하듯이
통곡하듯이 마냥 일렁이나
그림자, 참으로 눈물 나는 物我一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