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라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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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라는 숲
양현주
나무괭이 등 맞춘 것 같은 너와 내가
푸른 깃발 펄럭이는 숲이다
서로에게 스미는 빛의 무지개들
광장에 모여 합을 이룬다 붉은 마음이 종요롭다
등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나무는 얼굴마저 없다
뿌리를 거꾸로 신지 않는다
저마다 모서리를 메고 앉아, 한곳에 결을 긋는다
숲은 웃기 위해 상처의 잔을 기울이고
아침은 아무것도 가두지 않는다
우리, 라는 말은 한 벌 푸른 동색의 투피스
묶여도 옥죄지 않는 숲이라는, 붉은 혈연 같은 말
중심을 찌르던 말의 잎이 하얗게 지고
나란히 서서 한곳을 바라보는
우리는
낙숫물로 툇돌을 뚫을 수 있다
바람을 깔고 앉은 잎들이 생의 가녘에서 웅성거리고
나무들이 무리지어 서성인다
벗은 빙하가 햇살에 출렁거리는 그 숲을
우리는 밤새 들이킨다
* 2018년 <시현실> 가을호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시인님 반갑습니다.
생의 가녘에서 웅성거리고 나무들이 무리지어
서성이는 벗은 빙하가 햇살에 출렁거리는
그 숲을 우리는 밤새 들이키며 살아가는
귀한 시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3월에도 행복하셔서
모든 일이 성사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양현주님의 댓글의 댓글

김덕성 시인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봄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