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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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이승
ㅡ 이 원 문 ㅡ
우리 엄마는 이웃집이 부르는
굴따는 여편네였다
며칠 있어 큰 일이 있으니
어멈은 굵은 굴좀 넉넉히 따오너라
고무신의 우리 엄마
말 없었던 우리 엄마
바닷바람 추위에 누더기 두른 우리 엄마
엄마는 굵은 굴만 쪼아 쌀 됫박 하고 바꿔 왔다
이웃 인심이 얼마나 무서운가
우리들 키우기 위해 얼마나 추웠나
우리 엄마는 늦가을이 안겨준
그 장날의 감 장수였다
내일 일찍 열나흘장 보니
저녁에 굵은 연시를 골라 함지에 담았다
아침 일찍 불때던 엄마
옥양목에 바쁘던 엄마
감 함지 이고 뒷산 넘어 장터 길에 들어섰던 엄마
엄마는 다 팔고 우리들 고무신과 빗 실타래 바늘을 사왔다
눈 쌓인 겨울이 얼마나 추운가
우리들 키우기 위해 실 바늘 고무신을 사왔다
우리 엄마는 읍내 뒷골목
쫓기는 콩나물 장수였다
얼마 있어 보름이 다가 오나
몇날 며칠 전부터 상 펴놓고 콩나물 콩 고르더니
시루 찾아 시루에 앉히고
베 보자기 덮어 몇 날을 물내렸나
다 자란 콩나물 뽑아 함지박에 담아 이고 가던 우리 엄마
엄마는 뒤 안 보고 부지런히 우리들 눈에서 멀어졌고
우리들은 밥 싸움에 투정하다
책보자기 둘러 메고 학교로 달려 갔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지난 아픔으로
지금의 시인님이 탄생하셨습니다
아픔이 맛깔나는 시향이 탄생
겨울지난 꽃의 향기처럼
늘 존경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어머님의 희생어린 삶이 곧 사랑이겠지요.
어머님이 계셔서 우리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늘 어머님께 감사하며 살야겠지요,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어머니의 이승살이가 눈물겨운줄 아시고 그때를 하나하나 나열하시며 마음속으로 울다 눈물울 훔치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