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전구는 언제 불을 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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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전구는 언제 불을 켜는가/ 홍수희
하늘이 어둑할 즈음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저녁
어둑하니 키만 큰 전봇대 아래
어둑한 할머니 한 분
어둑한 채소 소쿠리를 펼쳐놓고
어둑하니 앉아있다
어둑한 감자와 어둑한 고구마와
어둑한 시금치와 어둑한 당근 몇 개가
어둑한 할머니의 무릎 앞에서
어둑하니 지나치는 나를 올려다본다
어둑하니 사가시구려
어둑한 이모야 맴에
어둑하니 노랑 전구 하나 켜질지
누가 알겄소
어둑하니 중얼대는 감자와 고구마와
시금치와 당근 몇 개의 눈빛에
어둑하니 속삭이고 말았다
할머니 그거 다 싸주세요
할머니 어둑히 싸주신 구멍 난
검은 봉지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렁하고 시들고 싹이 나고
좀 곰팡이가 핀 것이 대수겠는가
마음속 꼬마전구 반짝거린다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귀한 시인님의 시를 감상하면서
시인님의 고운 마음씨에 크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고운 마음을 제 마음에 담아갑니다.
한 주간이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금주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밤하늘에 꼬마전구 하나만 켜져도
그저 고운 가을날입니다
삶에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마음씨 하나만 있어도
인생은 쓸쓸하지 않지 싶습니다
수많은 관계 속 노란 꼬마전등 하나 그리워지는 가을아침입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꼬마전구는 내 마음에서 진정으로 울어날때 반짝 켜지나 봅니다. 이때 서슴없이 켜야지 우물거리면 기회를 놓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