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뿌리를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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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뿌리를 보는데/강민경
마키키* 산을
사람처럼 오르며
흙 위로 튀어 오른 굵고, 가느다란 나무뿌리가
길 아래위로 얽히고설키면서
바윗돌 휘감아 계단을 만들고,
징검다리를 놓았다.
나야 내 발 받쳐주는
저들의 노고에 기대니
안전하고 편안한 산행길이라서 행복하지만
뿌리는 날마다
수천만의 발걸음에 밟히면서 얼마나
아플까
고통도 오래 참으면 면역이 되는 건가?
빤질빤질, 발자국 닿는 곳마다 윤기 흐른다
저 나무뿌리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대가도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인정사정없는 수많은 발밑 견디느라
침묵하는 천민들 같아 안타깝지만
강자만 군림하는 세상인심을
내 무슨 힘이 있어 간섭할 수 있을
것인가
나 또한
저들을 계단처럼 밟고 오르내리며
남에게 밟혔다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생각을 바꾸면 곧바로 위로되는 것을
나무뿌리를 보면서 섬김을 배운다
*하와이 지역명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귀한 시 나무뿌리를 보는데 감명 깊게 감상 잘 하였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산을 오르다 보면 나무 뿌리가 계단을 만든 곳이 있지요
오르기도 편하고
안녕 하시죠 강민경 시인님
잘 감사하고 안부 드리고 갑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숱한 발걸음에 밟혀도 어쩔수없는 나무뿌리는 수천년 살아오는 인생의 아픔같습니다.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세월속에 자꾸만 흘러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