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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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의 일기
ㅡ 이 원 문 ㅡ
기억으로 더듬는
그 여름의 삼복 더위
그때를 아십니까
그날을 아십니까
시절이라 하기보다
아주 아주 먼 시간
우리의 삶은 그렇고 그랬었다
텃밭은 이른 새벽
먼 들녘은 한낮 더위
뜨거워도 참아야 했고
비 오면 비 맞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그 삶을
어떻게 다 헤아려 드릴까
그 시절 조상들께 그저 미안하다
삼복 더위 논 가운데
아버지의 논 매는 모습
달라붙은 그 거머리 떼어 내었고
벼 포기에 쓸린 얼굴
따가워도 참아야 했다
어머니는 콩밭에서
그 콩잎에 쓸려야 했고
깨스 전기 없던 시절
무엇인들 시원할까
수돗물이 없었으니
우물 물 퍼 먹었고
모깃불 등잔불
뜯는 모기 쫓아가며
그 등잔불로 우리들을 키웠다
댓글목록
박인걸님의 댓글

거미리는 논에서는 일하는 이들의 다리에 붙어 피를 빨라 먹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거머리들이 있어서
여기저기서 뜯어먹고 살면서 큰 소리치고 있습니다.
거머리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을 괴롭힌 거머리에 대한 시인님의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지닌 날 모내기 하던 생각이 나네요.
모를 심으로 물애 들어가면 찰싹 달려 붙어
떨어지지 않고 피를 빨았먹던 생각이요.
참 무섭습니다.
가스 전기 없고 귀하던 시절이지요.
삼복더위에 많은 고생을 하였지요
감상 잘 하였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