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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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
문은 스스로 열리고
힐을 신은 여자가 걸어와 테이블에 앉는다.
말아 올린 머리와 고품위 화장은
있는 집 여자라는 분위기가 풍긴다.
약속시간보다 빨리 온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한다.
네일아트로 다듬은 거칠지 않은 손이
물 컵의 손잡이를 들어 올려
연분홍 립스틱 칠한 입술에 살며시 댄다.
저 고운 손으로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몇 명이나 어루만져 보았을까
억울하거나 절박하여 우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 주었을까?
자르지 않은 손톱을 곤두세우고
옆 사람의 속을 박박 긁지는 않았을까?
내키는 대로 두리번거리지는 않아도
내려 깐 눈매가 결코 선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눈빛에 약간의 건방짐과 업신여김이 보인다.
머릿속에는 크게 든 것 없이
지갑만 불룩한 경멸당할 여자일지 모른다.
실속 없이 허세를 부리며
가혹한 눈빛으로 남을 노려보지 않았을까?
상대방을 제압하여 만족감에 희열하는
어느 정신 병력의 사람처럼
저만의 세계에 빠져있을지 모른다.
밉지 않은 하지(下肢)를 들어 포갠다.
힐 뒤꿈치가 콧날만큼 뾰족하다.
컵에 담긴 물을 낚아채듯 들어올린다.
처음 마실 때와는 상이하다.
상당한 침묵이 흐르고
여전히 그의 테이블에는 컵이 하나다.
벨이 울리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실망한 듯 그 여자는 벌떡 일어섰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성은 천박했다.
나의 추리가 반쯤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수준에 안 어울리는 핸드백을 들고
그는 자동문이 있는 곳으로 내뺀다.
일시에 공간에는 침묵이 흐른다.
2018.7.2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어떤 여자에 대하여 이런저런 상상을 하셨나 봅니다. 저도 기다림이 지루할때는 주변사람을 응시하며 제나름대로 이리저리 생각을 해봅니다.뭐하는사람일까 무슨일로왔을까 등등 시간을 흘리기도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인걸시인님, 오늘도 차분한날 즐거운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시인님 감동적인 시적이 묘사에 박수를 보냅니다.
힐을 신은 여자
있는 집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고운 손으로 상처 입은 사람
손톱으로 옆 사람의 속을 긁었을까?
눈매가 결코 선하게 보이지 않는 여자
지갑만 불룩한 경멸당할 여자
시인님의 천박한 음성의 여인의 추리
백 프로 성공하셨네요.
여인을 보는 듯 느기면서 잘 감상하였습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칠월은 시작부터 장맛비로 젖어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이 가득한 칠월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어느 찾집에서 우아한 여자가 테이블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교양이 있고 있는 집 여자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ㅡ여자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었습니다.
결국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지 앉아
전화에다 화를 내고는 핸드백을들고 사라졌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여자를 보면서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았습니다.
소설을 쓴것같아 쑥스럽습니다.
7월입니다.
두 분 시인님 행복한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문득 지나치듯 스쳐가는 인연도 있지만
두 눈에 밟히는 인연도 있습니다
그림 그려지듯 한 여인의 모습 보이듯
그리움도 그리 찾아오겠지요
비 그치고 청명한 하늘빛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