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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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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원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54회 작성일 18-06-27 18:33

본문

   아버지의 하늘

                              ㅡ 이 원 문 ㅡ

 

아이들아

글 많은 너희들 부자였어

이 에비는 가난했고

그래도 이웃 부끄럽지 않았지

내가 기른 너희들이 있으니까

이 에비 글이 없단다

그러니 어디 가서 좋은일을 하겠니

그저 노동판으로 장바닥 장사치로

안 해본 것이 없었지

장사치도 글이 있어야 하더라

그러니 뭘 해도 속기 일쑤였지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살았어

이 에비가 난했기에

막걸리 한 잔에 김치쪽으로 목축이고

낯선 음식으로는 장터 골목

그 국밥 한 그릇이 최고였지 배도부르고

구경도 그렇지 일 두고 구경 가겠니

핑게에 못한 구경 한 번쯤 가고 싶구나

젊어서는 글이 없었지만

이제 글보다 힘이 없구나

일 한다고 해도 늙어 힘 없다고

써주질 않어 이것이 늙은거냐

머리는 왜 이리 하루가 다르게 하얀지

이제 남은 내 것은 그 세월뿐이로구나

모았으니 내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너희 얻어 지난 세월 어떻게 다 흘렸는지

나물 뜯어 장터 가는 너희 엄마에게 미안 하고

먼 발치서 보는 에비 거짓말을 했구나

너희 엄마도 수 십수 년 그렇게 살았지

에비에게 붙들려 고생만 죽도록 하고

아들아 딸아 세월은 속이게 마련

속았다고 낙심하지 말고

얻었다고 자만하지 마라 또 속이니까

이제 남은 세월

나는  너희들을 바라보지만

너희들은 이 늙은 에비 바라보지 마라

세월에 속아 모은 것이 그것뿐이란다

아이들아 오늘 따라 바라보는 하늘이

더 멀게만 느껴지고 들어오는 구름 하나

너의 엄마 만났을 때 그 구름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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