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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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봄
ㅡ 이 원 문 ㅡ
몸 끌어 나온 문밖
저 앞 산자락 진달래
때 되면 저렇게 피는 것인가
그 잠깐 지울 날이 며칠이 되겠나
엊그제만해도 그렇게 예뻤는데
이제 그마저 때 맞춤인가 싶구나
하루 한 달 그 세월이 얼마나 길었었나
어느새 허리 굽어 백발이니 말일세
여기 이 집 찾을 무렵 오던 길에 찔레꽃
지금 그곳 찾아가면 그때 처럼 피었을까
빠르다면 빠른 세월
그 세월 다 어떻게 보낸는지
모두가 잃은 기억 괄시 하는 아이들
저 혼자 자랐다 하는 놈들
누가 이 속을 어떻게 헤아려 주겠나
옛 법이 무서워 안 할 수 없는 일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렇게 살았는데
춤추는 봄버들아 이 마음 헤아려 주겠니
청춘의 그날도 지는 꽃의 어제도
보는 하늘의 흰 구름이 다 쓸어 가는구나
이 손바닥만한 뒷문 밖 텃밭
무엇을 얼마나 무슨 씨를 넣어야 하나
상추씨 봉지 시금치씨 꾸러미 옥수수는 그런대로
못 찾는 호박씨 봉지가 이 정신을 흐리는구나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렇게 살으신 할머니
저도 오늘 아침 할머니 생각에 찡합니다.
너무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고운 시 할머니의 봄에서 감동을 받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원문 시인님.
오늘 하루도 즐거운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할머니께서 심으시던 상추씨 , 시금치씨, 옥수수꾸러미는 찾았는데 못 찾은 호박씨봉지를 안타까워하시던 할머니생각에 잠시 옛생각에 잠기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