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수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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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
가을이면 단풍잎 곱게
산을 온통 불태우는 고로쇠나무가
이른 봄날 고운 꿈을 꾸더니
갑자기 드릴로 허리를 뚫려
수액(水液)을 강탈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먼 조상 적부터 외롭지만 고결하게
고로(孤露)쇠 나무로 살아 왔더니
잔인한 직립보행자들의 탐욕에
고로(苦勞)쇠 나무로 운명이 바뀌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보혈은
온 인류의 죄를 씻는다지만
몇 푼 지폐에 눈먼 강도들에 의해
수액은 거래(去來)가 된다.
재작년의 상처에서 아직 고름이 흐르는데
또 몇 개의 빨대를 꽂으니
목재(木材)의 꿈은 멀리 사라졌고
지탱할 용기마저 잃었다.
바람 부는 날이면 구멍에 바람이 새고
상처에서 일어나는 통증은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도망칠 수 없는 나무는 오늘도
물통을 들고 다가오는 물 강도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2018.3.16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봄날 갑자기 허리를 뚫려
수액을 강탈당하는 고로쇄나무
고통을 겪는 고로쇠의 일생이네요.
도망칠 수 없는 나무
오늘도 물통을 든 물 강도들
저도 그 표정으로 내려다 봅니다.
귀한 시 고로쇠 수액에서 감명 깊게 감상하고 갑니다.
시인님 감사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봄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그 고로쇠 나무 그래도 원망하지 않고
아낌 없이 주는 사랑이 있습니다 박인걸 시인님
어머니 같은 큰 사랑
호월 안행덕님의 댓글

박인걸 시인님의 인정에
고로쇠 나무도 감복 할것입니다.
고로쇠의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물을 빼먹는 사람들은
발 동동 구루는 나무의 아픔을 왜 모르는지
그래도 해마다 수액을 내 주는 나무가 참 기특하지요..^^
백원기님의 댓글

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의 피를 빼먹는 야비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규탄하고싶습니다.
박인걸님의 댓글

네분 시인님 감사합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고로쇠나무 수액이 건강에 진짜 좋은지도 모르겠구요.
아무튼 나무가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