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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족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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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7회 작성일 18-03-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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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족보(族譜) 안에 / 안희선


지나간 장소들이 정겹다
전향(轉向)하는 시간의 불꽃이 타들어간다
그곳엔 남들이 하던 말을 주워담은,
과거의 시간들이 빽빽하다
기록된 것들은 대부분 온순했지만,
이따금 사나운 영혼들도 배회(徘徊)한다
여태껏 견디어 오던 사람이 약간
실성한 모습으로 고통에 젖어
공손히 절을 하는 모습도 있다
웃음은 빛의 바탕이라고 우기면서
엎질러진 항아리에 물을 쓸어담는
열심(熱心)한 사람도 있다
마치 관객처럼 그 모습을 동정하는,
사람들은 또 따로 있다
암담한 생활 속에 외계(外界)의 하늘에서
운명의 별을 찾던 시절도 잠들어 있다
벌레들이 좀 먹은 옛날이 이제야
비로소 평온하다 모두가 잠든 집 안에
홀로 깨어있는 자명종이 때를 울린다,
죽은 나라의 사어(死語)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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