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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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가로수 위 층층히 붙박힌 창문틀 유리벽이 수직으로 차단한 방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은 사무용 집기들이 보이고
그 사이를 가만히 붙어 있거나 무료하게 창가를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깨끗한 산소가 든 비닐봉지에 담겨 마악 부려진 사람들이 한동안을 우왕좌왕하는 것도 볼 수 있고
간혹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기도 하면서
남의 심장을 물어뜯어 상처를 입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때 쯤이면 컴퓨터가 먹이감을 낚시바늘에 꿰어 모니터에 살짝 드리운다
그러면
한동안은 조용한 가족처럼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유리벽 저편에 있을 잃어버린 꿈 한 조각 주워 쪼콜릿 씹듯
제 몸을 녹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게 거품 부풀 듯 부풀어 높이높이 붙박혀 가는 유리벽들
아이들이 앞지느러미로 키보드 위를 맴돌고
여자들이 꼬리지느러미로 수면 위를 공허하게 할퀴고
남자들이 유리벽 저편 피안의 공기를 아가미로 빨아들이는 꿈을 꾸는 도시
어느 하루는, 작은 뜰채에 몽땅 거두어져 수초 가득한 냇가에 잠시 헹구어진 채, 또
때묻어 가며 유리벽을 높이높이 쌓아 붙박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7월 <문학세계>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귀한 시 수족관 감명 깊게 감상 잘 하였습니다.
시인님 감사를 드립니다.
행복하고 복된 설 연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