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4>자배기로 똥 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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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4>자배기로 똥 쌀 놈
박찬일
제례가 끝난 아내가 제수와 설겆이를 하는데
뒤에서 가만히 보니 엎어놓는 그릇 굽이 높고 낮다.
굽이 높은 대발[大鉢]대합(大盒), 부터
굽 낮은 주발(周鉢) 중발(中鉢) 종발(鍾鉢) 오목주발 하며
하나하나 물기를 빼기위해 기대놓는 접시와 보시기,그리고 덮개들
굽의 높낮이 뿐만 아니라 굽의 넓이에 따라
운두와 기발이 제각각인데
목이 마른 나는 속으로 물 한 잔 달라지 못하고
뒤곁에서 어정대다 꿀컥 심장 떨구는 소리를 줍고 말았다.
「아주버님 뭐 필요하세요?」
「아, 아니요」
허둥대며 돌아서 자리를 떠나는 내 눈에 여전히 그릇이 밟힌다.
넓고 높은 대발[大鉢]위로 포개쌓은
좁고 얕은 종발(鍾鉢), 종지 위로 고였던 물기.
저 옹색한 물기. 고작 종재기.
대접이고 주발이고 모두 엎어놓은 지금, 받치고 있던 존재가 모두 바로서 있었고
굽들에는 고작 반 종지도 못담길 물을 채웠던 상황.
굽 안의 옹색한 마음들이 제 몸보다 백배쯤 큰 몸뚱이 들고 있었단건데,
아뿔싸!
아뿔싸!아뿔싸!
저 굽에 담긴 쬐그만 마음으로 그릇 넘어 세상을 저울질하고 있었다니.
목 안에서 방금 불 붙은 숯불이 확확 타고
좁다란 인생길 달려나온 나의 흑백필름들이 멈춰섯다 달려가기를 반복하며,
VR의 빠른 화면돌리기처럼 우르르 우르르 머리 속을 헤집어 질주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남 탓 한 놈
-변명으로 일관한 놈
-고집 하나로 연못 메꾼 놈
감실에 모신 조상신 성주신 측간에 모신 측신 부엌에 모신 조왕신 주초에 모신 터주신 우물에 모신 용신과 장독대에 모신 칠성신 외양간의 우마신 대문의 수문장신들이 모두 모두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자배기로 똥 쌀 놈.」
2018.1.9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ㅎㅎ 재미있는 이야기 보면서 한바탕 웃고 넘기기엔
아무래도 이상쩍습니다 박찬일 시인님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굽이 받치고선 그릇, 종재기같은 마음이 받치고선 사람,
뭐 이걸 읽자는 건데 발견이 제기그릇이 되다보니^^
멍청한게 사람이라는^^
고맙습니다.하영순님(__)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감실에 모신 조상신을 비록해서 많은 신들이 있군요.
그 많은 신들이 모두 낄낄대며 웃고 있는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박찬일 시인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날 되십시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의 집안에 있는 모든 신들 다 불러 모아
못난 자신을 질책하는거라^^
고맙습니다.김덕성님.(__)
이혜우님의 댓글

우주 속에 지구가 있고
지구 안에 각 나라
그 속에 또 그러기에
가정이 있어
크고 작고 넓고 좁고 구분하기 전에 신발에 발을 맞춘다. 합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짚신도 크기가 제각각이지요.
꼭 맞는 발은 따로 있는데
제 분수 모르고 날뛰는 것, 좁은데 넓은 척 한 것,
공연히 잘난 척 한 것. 모두 제 그릇,마음 그릇 모른 것이라
많이 많이 반성하고 지냅니다. 고맙습니다.이해우님(__)
풀피리 최영복님의 댓글

잠시나마 추워를 잊게 하는
의미가 깊게 담긴 싯귀절에
크고 작은 마음 중에 내마음은
어디쯤 있는지 찾아봅니다
겨울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의 댓글

이건 시 보단 수필에 가까울 듯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울리는 종이 있어
부족하나마 여기에 자리해 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눈 조심 한파 조심 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최영복님(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