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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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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6회 작성일 17-09-06 00:43

본문

향일암

             최정신

 

 


고개를 꺾어 석굴에 담긴다
번뇌를 벗은 고무신에 든 가랑잎 한 장

바람의 행적을 섬돌 위에 내려놓는다

 

파르란 이마 비구니 합장이 적요를 가른다
불생불멸, 반야심경 이백육십 자, 목탁소리
관음전 木살문을 나선 오색체운이 금오산 구릉에 무심경을 전한다

 

소망도 지극하면 성불이 되리니,
한 탯줄 연리목으로 엉기고 설킨 동백낭자와 후박사내
전(前)생에 못다 이룬 사랑이 장좌불와, 가인(佳人)의 환생이다

 

바위 틈을 가른 길이 신기루 발현 같아
사람이 사람을 밀어 풍경 한끝에 담긴다


범종의 흐느낌은 잠시 젖는 소나기라고
옛 일은 보내는 게 아니고 오는 거라고
시린 물빛 공양받아 궂은 내아(內我) 헹구던 날,

집착으로 채운 쪽배 한 척 먼 바다로 띄운다

 

삼보일배 돌산 끄트머리를 향해 걸음마를 떼는 거북 등에
천 년을 채록한 뭍의 소망이 다닥다닥하다

 

 

갯벌문학 15호 여성 시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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