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 오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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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감자 / 오영록
겨울을 이겨낸 감자
씨눈마다 골고루 살점을 분배하는 것이 씨감자를 따는 일
어쩌면 유산이다
배분이 적으면 죽고 마는 씨눈
한쪽이 많으면 한쪽이 적어지기에
중요한 것은 첫 칼집을 넣는 일이다
생명력이 강한 만큼 잘 썩는 감자
씨눈을 자른 단면은 수분이 많아 바로 심을 수 없어
말려 심는다
이때 공기에 산화되면서
또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난다
어머니 품을 떠나던 그 기억이
생감자 아린 향같이 코끝을 스친다.
씨눈도 생존하기 위하여 어미의 육신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 애썼겠다.
눈마다 몫으로 받아 든 어미의 살점을
먹으며 살아가는 씨감자처럼 나도 그랬다
씨눈이 많으면 많을수록
감자는 더 여러 갈래로 쪼개지듯이
7남매를 다 출가시킨 어머니 천만 갈래로 나누어 졌겠다.
이제 어머닌 씨눈 없는 감자 속이다
씨감자에 뿌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스스로 썩어 자양분이 되어주는 어미 감자
어머니의 살점을 먹고 산 기억을 잃고
감자처럼 내 씨알만 키우고 있다.
2017년 강원의 얼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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