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멍, 초승달 / 허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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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멍, 초승달
석란, 허용회
누구였을까?
태양이 서녘 산 뒤편 아궁이에 숨어
하늘을 벌겋게 물들일 무렵
동녘 하늘에 외눈 같은 문구멍이 뻥 뚫려있다
어쩜,
백두대간 구 정맥 하늘 아래 첫 동네
첫날밤을 지새우는 지붕 밑 구들장 위에서
부싯돌 밝히는 사람들 몇 있었으리라
하늘 창호지에 구멍 낸 이는 기척도 없고
서녘 창으로 보이는 문구멍만 하회탈처럼 웃고 있다
문구멍 밖은 왜, 저리도 하얄까?
아, 딱 걸렸다
문구멍에 눈동자 바짝 밀어넣고 엿보던 이가
나그네와 눈 마주치니
새침데기 같이 검은 눈동자 뒤집어 까고
딴청을 피우고 있는 게다
----- 시향 2011.여름(VOL42) 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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