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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 한 무더기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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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04회 작성일 23-06-24 14:34

본문

밀감 한 무더기의 유혹   /    노 장로  최 홍종

 


이 생각 저 생각 이 눈 저 눈

흐릿한 어릴 적 그림들이 한 장 한 장 지나가고

한참 지난 일들이 갸우뚱하며 활동사진처럼 다가오니

연거푸 아는 척 눈짓이 손을 붙잡고 애걸하는 것 같아

빨간 부끄러움들과 한번 부닥친 상처를 숨기며

뒷짐을 지고 응시하는 노인의 거동을 살피더니

슬슬 다가와 구걸의 안타까운 연신 눈초리이다

제법 무겁게 느껴져 저걸 어떻게 옮길지 걱정이 태산이건만

씨도 없고 그 맛이라니 엄청 달달하니 용서하라는

순박한 손사래를 쳐 변명도 불쌍하여

한 무더기로 다가와 제법 호소하는 개수가 가당찮게 유혹하여

멍청히 담배연기가 푸하고 서있던 초점 잃은 시선이

제발 그 눈빛이 애걸복걸 아는 척하여

그렇다 나의 연민과 아픔의 생각이 측은지심 맞아 떨어져

흠도 많고 상처도 눈감고 견뎌내고 큰 놈 작은 놈을 참아주며

애라 생각일랑 말고 주섬주섬 주어 담는다.

입안에 달려올 어릴 적 없을 때 못 먹고 못살 때

잊을 수 없는 뒷맛 상상하니

이제는 늙은 팔이 무거운 다리가 운반할 걱정에

서로 나무라며 네 탓이라고 멱살잡이라도 할 것 같아

나를 실컷 놀려먹고 앙탈이어서 등줄기에 땀은 나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 무더기 낑낑대며 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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