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고등어 > 시인의 향기

<p style="margin: 0px; line-height: 1.5"><font face="가을체"><strong>&lt;간고등어&gt;</strong><br />&nbsp;&nbsp;&nbsp;&nbsp;&nbsp;&nbsp; - 시 : 돌샘/이길옥 -<br /><br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전 할아버지 적부터<br />짭짤하게 간이 든 삶은<br />고등어 살이 품은 소금기였을 것이다.<br /><br />땀으로 우려낸 조상의 이력을 천정에 걸어놓고<br />가난한 밥상을 당겨<br />무쇠솥 바닥을 긁은 소태껍질 같은 누룽지<br />퉁퉁 불은 궁색한 수저 듬뿍 뜨던 어릴 적이<br />좌판에서 질질 간수로 흐르는 질긴 여름 한낮을<br />꽁보리밥으로 비벼 씹던 감칠맛을 침에 섞었던 어릴 적이<br />몸에 배어 할아버지들의 냄새로 절여진 나는<br />피를 속일 수 없어<br />피 속에서 뒤척이는 할아버지들의 혼으로 되살아나곤 했다.<br /><br />가끔<br />아버지의 탈출 시도가 고삐를 조이기도 했지만<br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들의 고집으로 관절이 꺾이고 나서<br />절대복종의 천칙을 꼬챙이에 끼워 넣고 소금을 뿌렸다.<br /><br />꼬챙이에서 빼먹은 아버지의 등 푸른 바다 냄새로 살이 찐 내가<br />할아버지들의 나이가 다 된 내가<br />자식들에게 이 거센 바다의 풍랑을 이겨낼 식욕에 불을 붙일<br />맛깔나는 반찬으로 밥상에 올라앉을 수 있을까 두렵다.<br /></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