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발 . 수의를 짓다 / 안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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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월 안행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1회 작성일 17-08-22 17:26본문
노루발 / 안행덕
먼 하늘 그리워 울음 삼킨 숲
잎마다 푸른 그늘이 내려앉은 그곳
어둠을 빠져나온 여린 노루발 꽃송이
전설을 방울방울 피워내고 있다
은혜를 아는 노루는
산에만 발자국을 찍는 게 아니었구나
금세 무너질 것 같은 옹색한 달셋방
달빛을 콩콩 찍고 가는 발자국도 있다
매일같이 낯선 길을 돌고 도는
수선 집 재봉틀에 달린 노루발
허기진 발로 밥 한 공기 찾아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구닥다리 낡은 세월 뒤집어가며
이웃의 서러움도 꾹꾹 밟아 기워내는 발
툭툭 뜯어진 옷깃, 털어내는 발톱 끝에
싸라기처럼 묻어나는 실밥을 먹고
야윈 발가락이 절룩거릴 때마다
덧대고 이어주면 드디어 빛나는 진실
오늘도 생의 늑골 밑을 환하게 비춘다
수의를 짓다 / 안행덕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가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 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 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승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옥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가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 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 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승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옥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2013년 격월간 현대문예 1,2월호 (72호)에 특집2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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