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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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장미
이 강 로
사는 재미가 어떠냐고 그녀가 물었다
그 말,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그 눈빛 절절하여
꽃봉오리는 해가 나기 전 이미 벌기 시작했고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과속했다 장미가 늘 그렇다
그녀는 당장 터트릴 폭약 같은 눈물을 지닌 듯 말했으니
첫사랑은 한평생 함께 하는 목숨과 같아서
곡성역 저쪽 장미공원에 눈을 둘 수밖에 없어
그 오래된 남의 성을 함부로 기웃거릴 수가 없어서
생각은 그녀 몇 가닥 귀밑 지친 새치 같았지만
공원 철제출입구 위로 저 장미 덩굴이 터진 악보처럼 타오르는
장미의 섬으로 나는 선 뜻 회항할 수 없었다
장미 향은 지면에 길게 눕고
꽃잎은 지평에 소문 없이 날아다닌다
행여 무지개가 다시 돋아도 그건 해마다 바뀌는 새해 달력 같은 것
칠월, 곡성 장미는 저 강한 햇살 아래 조용히 살아남아서
몇 잎 부르튼 입술을 햇빛에 말린다
나는 어둠 속 꿀벌처럼 장미의 시간을 또다시 기다린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지존으로 가는 존재의 협한 위세가 생명력의 향연을 일으키며 향유하는 아름다움의 절경을 펼치려했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아주 많이 사랑했으나, 너무도 깊은 낯섦이었으므로, 장미의 섬으로 선뜻 회항할 수 없었지요. 그 오래된 남의 성을 함부로 기웃거릴 수 없었지요. 지평에 소문 없이 날아다니는 꽃잎처럼, 첫사랑은 한평생 함께 하는 목숨과 같아서. 절창입니다.
tang님의 댓글

지엄함이 내어주는 잔잔한 현신이 여여한 순리로 다가설 때 지난함으로 생명의 갈구를 대신하지 못함을 말하게 합니다
잔잔한 풍파가 일으키는 사랑 여운에 심성의 올곶음이 인성의 벽을 두드립니다 가늠의 열림이 한껏 풍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