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껍질 / 정건우
황홀하구나!
너의 맨살이, 핏줄의 농도가,
간밤에 너는 뜨거웠고
태동하는 생명처럼 꿈틀거렸다
가야 할 때임을 직감하였다
죽을 만큼 허리를 비틀어 손을 뻗어도
몇 달을 내리 펄펄 앓아도
나는 네게로 가서 닿을 수 없다
너는 나의 머나먼 안쪽
아직도 오지 않는 건너편의 바람
이제 너의 피가 뜨겁다
아주 긴 꿈같은 터널을 지나온 너 앞에서
나는 돌아서야 할 때
갑옷처럼 너를 덮었던 미련을 쪼갤 때
뜨겁게 들뜨는 네 생의 전신에서
벗겨지는, 이 황홀한 결별.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분리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는
육신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노정혜님의 댓글

영원한 동행은 없는것 같습니다
올때 둘이 손 잡고 왔지만
갈때 동행은 없습니다
어너 별로 갈지
이생에 인연은 끝이 납니다
사는동안 같이 손 잡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곳은
서로 다릅니다
사는 동안 사랑하면 사는것입니다
이강로님의 댓글

"벗겨지는, 이 황홀한 결별."
이 아침에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홀로 듣고 싶네요.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껍질이 단단한 것은 그만큼 속은 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