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비(雨)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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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비(雨) 20 / 유리바다이종인
그만 잊으라 잊으라 뒤에서 말을 합니다
그만 잊으라 잊으라 바람이 등을 때립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길에 찍힌 족적은 선명한데
비는 자꾸 뒤에서 흔적을 지우기 바쁩니다
보기에 참 안타까웠던 모양입니다
앞을 보며 걸어가는 내 길은 저리도 맑은데
돌아보지 않아도 비는 뒤에서 내립니다
그래 너의 말도 맞다
뒤에서 지워진 세월 한평생 비여, 수고 많았다
이제는 따라오지 마라
사랑이여 눈물이여 이제는 그만,
내 심장을 지우려면 너는 나를 정면으로 보고
내 앞에서 비(雨)로 내려야 할 것이다
말 못 하는 귀뚜라미가 풀 숲에서 서로 문자를
타자체로 찍어대는 9월이다
댓글목록
향일화님의 댓글

무더위 속에서 하늘이 한 번씩 울음이 터지면
잠시나마 시원해 지는 것 같아서
비가 기다려질 때가 많았지요
살아보니 흔적을 지우는 일도
잊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들이
지금은 답이라 여겨지는 나이가 되었더라구요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시인님 외롭지 않는 한가위 되세요~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향시인님 나 외롭지 않습니다
근데
웬지 외롭다
그래야 글이 나오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