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楊口 피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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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楊口 피라미 / 정건우
서천西川의 수놈 피라미를 부러지라 한다
회흑색 주둥이 오돌토돌 너저분하고
비늘이 무지개로 아롱대는 빠릿빠릿한 놈이다
뫼산 자로 입을 찢은 피라미 사촌 끄리를
양구 사람들은 어휘라 부른다
꿈틀하면 덮어놓고 들이박는 포악한 놈이다
큰 물진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강둑을 지울 듯이 가랑가랑한 황토물
주섬주섬 사람들 입 다물고
뒤집힌 바닥 내음에 가슴 벌렁대는데
하, 저 두 족속
파로호를 희롱하며 헤쳐 모이던 저놈들이
가라앉은 흙물을 거슬러
촘촘한 약속대로 물살을 가른다
온몸의 지느러미 환장하듯 흔들어 대면서
치고, 치고, 또 치는 올찬 토종들
어미 뱃속 비린내가 탯줄처럼 휘감은 서천
가다가 죽어도 좋을 주소를 찾아
뒤돌아 볼 필요도 없이 분명한 저쪽
지석리*로 사라진다.
*지석리: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있는 서천西川의 발원지.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고향으로 향하는 발길이 분주합니다
한가위만 같아라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정건우시인님.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유적 시심에 늘 공감하며 즐겨 감상하고 있습니다
tang님의 댓글

형언하는 아름다움의 길에 선다는 축복경에 듦이 환희로운 세상입니다
감행하여 얻어지는 아름다움을 그리함이 축복에 드는 길입니다
이강로님의 댓글

"가다가 죽어도 좋을 주소" 찾아 바람의 가을 들녘에 나가 볼까요 ?
정건우 시인님!!
湖月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피라미는 다 같은게 아니네요?
요즘도 건안 하시죠?
흙물을 거슬러
촘촘한 약속대로 물살을 가른다
피라미 따라 약속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행복한 가을 되세요............^^
정건우님의 댓글

다녀가신 시인님들 감사합니다.
모쪼록 아프지 마시고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