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送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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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送別 / 정건우
처마 밑엔 처량한 시래기
허리 굵은 미루나무 그림자는 또 방구들 안쪽에 니은 자로 들어앉은 저녁 무렵
엄마는 제비처럼 집을 나갔다
여기 보아, 여기, 눈 감으면 안 돼, 절대 안 돼
다리 건너편 양구 사진관에서 엄마는
자줏빛 털신을 꼭꼭 눌러 신기고 사진사가 들고 있는 플래시를 바라보라며
우는 듯이 웃고 서 있었다
천둥소리에 기절초풍하는 연기가 엄마도 사진사도 어딘가로 멀리 날려버리고
다시 데려올 때까지
나는 눈 하나 끔뻑 않고 보고 있었다
중앙시장 키다리 아줌마한테 가서
쓰레기 사 오래서 왔다고 하면 아줌마는 내 목을 휘감고 귀에 대고 울었다
네 살 되던 추운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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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머니가 끓여주신 시래기 국
요즘엔 먹기 힘들지만
그리움이 되어 입맛을 돌게 합니다
여전히 늦더위 이어지지만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빕니다~^^